FATF 당국자 “새 권고안 준수 불가능하지 않다”

최근 가상자산 관련한 규제 권고안을 확정지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당국자가 28일 세계 각지의 암호화폐 거래소 등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새 권고안을 설명했다. 그는 “직접 얘기를 들어보니 업계가 이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톰 네일런(Tom Neylan) FATF 고위정책분석관은 28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이뤄진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업계의 주된 우려는 프라이버시 문제와 우리 요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라며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다. 우리는 업계가 기술적인 해결책을 실제 개발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오늘 직접 얘기를 들어보니, 업계가 이행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암호)화폐의 재설계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 충분히 설명했다. 블록체인에 모든 정보가 올라가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모두 공개돼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업계가 자체적으로, 또 우리와 함께 기술적 해결책을 개발해 프라이버시와 정보 안전을 지키면 된다. FATF의 감독 부문도 이를 지지한다. 우리가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불러주는 것도 아니다.”

이날 오사카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열린 V20 가상자산 서비스 공급자(VASP) 정상회의에 참석한 네일런은, 앞서 오전 VASP 인사들과 비공개 회의를 했다. 이 회의에는 코인베이스, 크라켄, 옥타곤, 빗썸 등 세계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네일런은 별도 인터뷰에서 “오전 회의 참석자들 중에는 일부 언론 보도에 나왔던 것처럼 이용자들이 더 이상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고 P2P 개인간 거래로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FATF 새 권고안은 송금인과 수취인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규정(여행 규칙, Travel Rule)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네일런은 이 같은 우려가 불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서비스공급자(거래소 등)는 별다른 기술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돈을 잘못 보내거나 해킹당하는 등의 위험이 적다. 대부분의 일반 이용자들은 계속 서비스공급자를 쓸 것이다. P2P 거래가 다수를 차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상자산도 장기적으로는 현금 사용과 비슷해질 것이다. 큰 금액을 현금으로 싸들고 직접 가서 전달하는 경우가 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FATF가 새 권고안에서 개인 사업자도 VASP로 규정될 수 있다고 한 것과 관련해, 네일런은 “누구도 혼자서 은행을 만들어선 안 된다. 개인이 거래소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큰 발행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FATF 권고안의 규제 대상은 암호화폐 발행자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공급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VASP가 아니다. 다시 돌아와서 거래소 서비스를 하지 않는 한.”

FATF는 앞으로 1년 동안 새로운 권고안을 도입할 유예기간을 준 상태다. 네일런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회원국들은 법제화 및 제도화를 추진하게 된다. 각국의 입법 사정에 따라 제도화가 완료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FATF는 감안하고 있다. 네일런은 “변경 불가능한 마감시한(Hard Deadline)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1년 뒤 제도화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FATF가 이를 문제삼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다만,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FATF의 심사에서는 새로운 권고안을 각국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따진다. FATF의 심사는 여러 형태로 이뤄진다. 여러 회원국으로부터 조사관을 파견해 팀을 꾸려 한 나라를 심사하는 ‘상호 평가’(Mutual Evaluation), 상호 평가 결과에 기초해 권고안 준수 여부를 5년 뒤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추가 평가’(Follow-up Evaluation), 특정 시기에 회원국 및 관련국 전체를 동시에 심사하는 ‘수평 평가’(Horizontal Evaluation)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상호 평가’는 가장 깊이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는 절차로, FATF가 새 권고안을 실제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당장 7월부터 진행되는 한국에 대한 상호 평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네일런은 “새 권고안을 반영한 조사방법론(Methodology)까지 확정해야 하므로 10월부터 진행되는 일본이 첫 대상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처음으로 권고안이 완전히 반영된 상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일본은 아마도 꽤 앞서있을 것이다. FATF가 새로운 기준을 논의하기 몇 년 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법률과 규제, 감독체계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부터 ‘추가 평가’를 받는 나라들도 새로운 권고안에 비춰 심사를 받게 된다. 한국은 아직 개정되지 않은 방법론으로 조사를 받기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한 자세한 평가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규제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수평 평가’는 언제 이뤄질지 묻자, 네일런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FATF가 이런 방식으로 전세계적인 표준을 정하는 기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FATF의 현재 방식과 달리 만약 한번에 한 나라씩 규제하는 데 그친다면, ‘바닥을 향한 경주’가 벌어질 것이다. 어떤 나라들은 규제 기준 수위를 낮추거나 아예 없애서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려 할 것이다. 그 나라는 범죄와 테러의 온상이 될 위험을 떠안게 된다. FATF는 39개 회원국이 205개 사법관할권에 적용되는 표준을 만든다. 9개 지역으로 나눠서 이를 적용하면서 모든 나라들이 받아들이는 글로벌한 최저치, 기본치가 확립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한편, 네일런은 “여러 FATF 회원들은 암호화폐나 가상자산이 테러자금으로 사용됐거나 사용 시도된 사례를 본 적이 있다”며 암호화폐의 악용을 우려하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구체적인 사례나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전 공개 세션에서, “북한은 전통적으로 또 불법적으로 가상화폐를 폭넓게 이용해 그들의 (경제제재 우회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언론 보도에 나온 것을 말한 것뿐 다른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김외현 <저작권자(C)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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