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암호화폐 거래소 만나 특금법 의견 들어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를 도입하려는 금융당국이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선 신고제의 주요 요건인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실명가상계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6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5일 핀테크산업협회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만나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당국에선 금융위원회,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업계에선 업비트(두나무), 빗썸(비티씨코리아닷컴), 코인원, 코빗, 고팍스(스트리미), CPDAX(코인플러그), 한빗코(플루토스DS), 데이빗(체인파트너스), 글로스퍼, 블로코 등 10개 기업에서 30여명이 참가했다.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위 인가를 받은 핀테크산업협회의 블록체인 분과 회원사들이 모였다. 블록체인 업계에도 여러 협회가 있지만, 금융위 인가를 받은 곳은 아직 없다.

간담회 주제는 지난 3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에 담긴 거래소 신고제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당국은 실명가상계좌와 ISMS 인증이 없는 거래소의 신고는 거부할 수 있다. 두가지가 거래소 사업의 필수 요건인 셈이다.

현재 은행으로부터 실명가상계좌를 받은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뿐이다. 이날 참석자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특금법의 실명가상계좌 조항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체로 4개 거래소는 실명가상계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고, 그 밖의 중소형 거래소들은 ‘법인계좌를 쓰되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잘 준수하면 되지 않냐’고 주장했다.

대형 거래소의 한 참석자는 “특금법이 시행되면 거래소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받는데, 실명가상계좌를 쓰면 법정화폐에 대한 책임은 은행쪽으로 많이 가지 않나”라며 “실명가상계좌가 요건에 들어가는 게 거래소에는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중소형 거래소들은 은행이 실명가상계좌를 주는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당국은 신고 수리 요건으로 실명가상계좌를 요구하고, 은행은 당국의 신고 여부를 실명가상계좌 발급 요건으로 요구하는 형식이라며 신고 절차의 교통정리를 요청했다.

ISMS 인증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왔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부여하는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한빗코로 모두 6곳이다. 실명가상계좌와 마찬가지로 인증을 이미 받은 거래소는 크게 반대하진 않았지만, 받지 않은 일부 거래소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한 중소거래소 참석자는 “인증을 받기 위해선 1억원 정도 들고 시간도 5~8개월 정도 소요된다”면서 “ISMS 인증은 전자금융업자에게 적합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반영되지 않는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거래소 참석자는 “돈은 많이 들지만 효율은 의심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중소거래소 참석자는 “거래소와 (전자금융업자인) 금융회사는 수익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은행 기준으로 자금세탁방지 수준을 올리는 건 불합리하고 비용도 감당이 안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FATF 권고에 맞춘 AML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 참석자들은 거래소의 암호화폐 상장 심사 절차, ATM 운영 원칙, 수탁 서비스, 익명성을 강조한 이른바 ‘다크코인’ 등에 대한 거래소들의 의견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국회 논의에 앞서 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소 신고 요건으로 실명가상계좌 등을 두는 게 적절하냐고 물었고, 업계는 실명가상계좌가 필수 요건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특금법 개정 전에 실명가상계좌가 추가 발급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가 은행들에게 열라 마라 하는 건 아니다. 은행이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성을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저작권자(C)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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