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혁신삼천지교 (革新三遷之敎)

2019년 경제 전망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 속에 경제·사회의 현실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해결책으로 혁신을 강조 한 바 있다. 사회 각계에서 4차 산업혁명, 공유 경제,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용어들을 앞다투어 언급하면서 다들 지금 당장이라도 새로운 기술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곧 나라가 망할 것처럼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혁신에 대한 해답을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 환경을 바꾸는 대신에 맹자에게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만 했다면, 우리는 맹자라는 뛰어난 정치가이자 혁신가를 역사 속에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맹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힘은 환경의 변화에 있었듯이, 기업과 국가의 혁신에도 이러한 원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사회의 시스템과 구조를 잘 기획하고 변경하는 것이 기업과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필자는 2013년부터 실리콘 밸리에서 공유경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싱가포르에서도 사업을 운영 중이다. 2년 전,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고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근처에 숙소를 잡고 한달 반 동안 그곳의 학생들과 기업가들을 만났다. 정부의 방침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직접 듣고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서, 미국과 싱가포르의 두 가지 공통점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는 외국인 인재를 자국에 도움이 되도록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주변 국가와 해외 시장을 활용하는 부분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시리아 이민자의 아들이었으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남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이다.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은 차치하고라도 싱가포르의 경우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공유경제 서비스인 그랩(Grab)은 ‘아시아의 Uber’라 불리며,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각국으로 진출해 비즈니스 주도권을 쥐고 있다. Grab의 CEO인 앤쏘니는 말레이시아 국적이었으나,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로 귀화했다. 이후, 동남아 진출의 선봉장 역할을 함으로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전역을 휩쓸고 있다. 심지어 공유차량 업체의 선두주자 Uber 마저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Grab에 밀려서 동남아시장을 포기했을 정도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공유경제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는 Grab의 최대 주주 중 하나가 싱가포르 정부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 출신의 똑똑한 사업가가 국내에서 배달의 민족이나 토스와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한국인이 되어 역으로 중국과 일본에 진출 하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해외 인재를 왜 유치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의문이 들 수 있으나, 그 해답은 인재등용의 문호를 개방한 나라들이 강대국이 된 역사 속의 수많은 예에서 찾을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가 변방의 약소국에서 중원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배경은 혁신적인 인재등용을 위해 국가가 외국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성공적으로 부국강병을 이룬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한편, Grab의 동남아시아 확장과 더불어 싱가포르의 야심찬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 전세계 증권형 토큰거래소를 국가차원에서 인증하고 이에 투자한 것이다.

싱가포르의 ICHX 테크가 운영하는 STO (증권형 토큰 발행, Security Token Offerings) 플랫폼인 아이스탁스(iSTOX)는 최근 SGX(싱가포르 주식거래소, Singapore Stock Exchange) 및 테마섹(Temasek)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증권형 토큰 거래소의 잠재력을 인증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형 토큰 거래소 하나를 만드는 것이 무엇이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가능하게 된다면 싱가포르는 가만히 앉아서 세계 각 나라의 부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실로 막강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를 넘어서

전세계에 존재하는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들이 거래소를 통해서 등록 및 유통 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등록된 자산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십여년간 싱가포르는 돈세탁에 연루 되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전세계 유수의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술회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다. 누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유럽 및 북미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끌어 왔으며, 이 자금을 국내 개발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체 성장을 위한 투자원으로 활용해왔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곧 보이지 않는 영토 전쟁 혹은 자산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누가 더 시장 친화적인 기업 규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서 전세계의 부가 움직이게 될 것이다.

아직 몇 걸음 뒤처진 국내의 환경을 위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것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어쩌면, 그들이 시행착오를 통해서 만들어온 과정을 우리는 더 빠르게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필자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혁신을 시행하기 위해 자유경제구역내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구축하여 해외인재 및 기업 유치, 글로벌 스탠다드에 준하는 규제 정책 수립을 통해 기업과 국가의 혁신을 동시에 이루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원홍 블루웨일 대표메일 보내기

싱가포르에 위치한 블루웨일 재단의 CEO로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여러 번 창업을 경험한 연쇄 창업가인 그는 블루웨일 재단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된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