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진짜 꿈은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다

2018년 8월, 스타벅스가 뉴욕증권거래소를 보유한 ICE의 Bakkt (기관 대상 디지털 자산 플랫폼)에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했을 때 열성적인 크립토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흥분했다.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결제를 가능하게 하면 비트코인 사용이 활성화 될 것이다”라는 프레임은 여전히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비트코인으로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순한 결제가 아니라 은행이다. 일반 은행들 대비 훨씬 저렴하고 빠른 해외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말이나 밤에도 영업하는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

왜 ICE는 스타벅스를 리테일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왜 맥도날드나 월마트가 아니고 하필 스타벅스일까. 그 답은 스타벅스 앱에 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가 주는 쿠폰과 편리한 서비스 때문에 스타벅스 앱을 이용한다. 스타벅스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자동충전을 유도하고 자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기꺼이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한다. 인상적인 점은 스타벅스 예치금의 규모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조사에 의하면, 2016년 스타벅스의 예치금은 12억달러 (한화 약 1.3조원) 로 이는 미국의 웬만한 중소 은행 예치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예치금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가장 많은 유저 수를 보유한 모바일 결제 업체는 애플, 구글, 삼성이 아니라 스타벅스다.

전 세계에 브랜치가 깔려있는 스타벅스는 다양한 통화로 쌓여있는 예치금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로컬 은행들은 고객이 예치한 돈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글로벌 인프라를 갖추고 고객 예치금도 풍부한 스타벅스는 커피만 팔라는 법이 있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자사의 예치금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스타벅스 고위 경영자들은 어떻게든 은행 비즈니스를 도입해 이를 수익화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의 다양성 및 은행의 로컬화 경향은 스타벅스의 자본과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정답은 비트코인이다.

전 세계 17억명의 인구가 은행 계좌가 없고 이 중 2/3은 모바일을 가지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곳은 법정화폐 가치 또한 불안정해서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중남미나 동남아 지역은 스타벅스의 타겟이 되기 너무 좋은 상황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 현지 은행 Banco Galicia와 파트너를 맺고 스타벅스 은행 브랜치를 오픈했다. 물론 비트코인 이야기는 쏙 빼고 고객의 경험, 편의 등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베네수엘라와 더불어 아르헨티나 역시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1월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뜬금없이 미국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우연일까? 만약 스타벅스가 정말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되어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미국이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패권국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적극 장려할 유인이 있다. 어쩌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특성을 내세우며 비트코인을 글로벌 기축 통화로 사용하는 비트코인 본위제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국가 부채 및 달러 통화정책의 불안정성을 논리로 내세우겠지만 비트코인 본위제는 철저히 스타벅스 제국의 성장을 위한 포석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권력과 자본은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호흡을 맞춰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가 정치에 나서는 것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스타벅스가 성공적으로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 된다면 저금리나 은행 인프라가 형편없는 국가의 고객들은 스타벅스 앱에 돈을 예치하려 들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정말 현실화되면 자본 규모와 글로벌 인프라 측면에서 스타벅스의 상대가 되지 않는 전 세계 수많은 로컬은행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스타벅스가 은행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높은 이자를 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인 스타벅스에 돈을 맡기고 스타벅스의 비트코인 예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자본 규모가 충분한 수준으로 커지면 스타벅스는 은행뿐 아니라 자산운용, 증권, 보험 등 디지털 자산에 특화된 각종 금융 사업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금감원은 2018년 11월 핀테크 포럼을 열고 스타벅스 마케팅 부사장을 초빙했다. 이 행사에서 스타벅스 핀테크가 주목을 받았고 주요 금융 지주사 회장들은 2019 신년사에서 스타벅스를 언급하며 혁신을 주문했다. 아쉬운 점은 한국 금융 산업이 스타벅스가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을 꿈꾸며 총구를 자신들에게 겨누고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비트코인 은행이 출범하면 소매금융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한국의 은행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익 구조가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금융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금융 기관이 견제해야 할 것은 국내 핀테크 업체가 아니라 바로 해외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업체이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뚫는 자 흥한다”라는 격언을 명심하며 해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주시하며 적극적으로 해외 디지털 자산 시장을 개척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물론 초기에는 로컬 규제가 외국 자본의 침투를 잠시나마 막아주는 방패가 될 것이다. 마치 2013년 한국에 상륙한 우버를 정부가 규제하고 시간을 벌어 2015년 카카오 택시가 출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쇄국정책과 같은 규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결국 소비자들은 더 높은 편익을 주는 서비스를 택하고 소비자 권익에 대한 목소리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는 카풀과 택시의 대립이다. 2018년부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빌리티 ICT회사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는 다만 2009년 실리콘 밸리에서 세워진 우버라는 스타트업이 이토록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줄 당시에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고 누구도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우버가 전 세계 모빌리티 ICT회사들의 모태가 되었고,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택시가 아닌 모빌리티 ICT회사의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이처럼 4차산업혁명시대의 신기술은 결코 규제할 수 없고 불가항력적인 특성을 지닌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금융 산업에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이고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패권기업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는 돈을 착취 당하는 비극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다국적 인터넷 기업들에게 데이터 (데이터는 21세기 석유)를 착취당하면서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때 가서 토종 비트코인 은행 연합이니 한국형 디지털 자산 은행이니 구성하려고 시도해봐야 늦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토종 유튜브, 토종 페이스북, 토종 넷플릭스가 실패했는지는 열거하기도 힘들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역시 국경을 초월한 산업이라 결국 시장을 빨리 선점하고 방대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쪽이 승자 독식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블록체인은 인터넷처럼 국경을 초월한 산업이기 때문에 지금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알맞은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카풀 택시 갈등과 같은 비극이 금융 산업 내에서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 블록체인 정책은 눈과 귀를 닫고 시대에 역행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진흥은 디지털 자산을 인정하고 제도화 하지 않으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비트코인은 사기가 아니다. 비트코인이 사기면 왜 월가의 금융 자본과 삼성을 포함한 글로벌 산업자본이 이것에 관심을 가질까?

역사학자 유발하라리 왈, “1000명의 사람이 어떤 조작된 이야기를 한 달 동안 믿으면 그것은 가짜뉴스다. 반면에 10억 명의 사람이 1000년 동안 믿으면 그것은 종교다.” 이를 조금 변형하자면, “비트코인을 100명이 믿으면 바다이야기지만 1억명이 믿으면 돈이다.” 전 세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쓸만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인식하고 다국적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위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가 하루 빨리 디지털 자산을 제도화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해외 시장을 개척하게끔 장려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중에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훗날 우리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을 때쯤이면 이미 늦은 상황일 것이다. 마치 10년전 유튜브 규제를 외치던 관료들이 이제는 유튜브라는 무대 위 배우가 되어 충실하게 구글에 콘텐츠와 광고수익을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센터장메일 보내기

체인파트너스 리서치 센터장. 2013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해 BNP Pariba에서 ICT 섹터 주식 분석을 담당했다. '가치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블록체인이 미래금융을 혁신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