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S10으로 암호화폐 금융플랫폼의 잠재력을 갖췄다

“삼성이 블록체인에 관심 갖는 이유는 디앱·핀테크 때문”
“미래에는 모바일이 은행될 것, 그 중심에 암호화폐 있을 것”

삼성이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과 디앱을 탑재한 것은 블록체인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플, 화웨이, 샤오미, 엘지 등 경쟁사들이 블록체인 관련 기능을 자사의 제품에 탑재하기 시작하면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대중화가 생각보다 빨리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디앱, 핀테크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우선 디앱을 살펴보자. 삼성은 갤럭시 S10에 게임과 뷰티 디앱을 탑재하며 앱 개발사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삼성의 시도는 분명 고무적이지만 나는 단시간 내 디앱 생태계가 활성화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바일 OS 시장을 97%의 점유율로 장악한 구글과 애플이 디앱 생태계가 커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견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앱 개발사로부터 30% 통행료를 징수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결코 이 시장을 경쟁사에 내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실제로 쟁쟁한 업체들이 그 동안 모바일 OS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구글과 애플은 시장을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2012년 인텔, 리눅스 재단 등과 연합한 삼성은 야심차게 타이젠OS를 출시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삼성은 타이젠 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2015년 인도에서 출시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초기에 파트너로 참여한 해외 기업들은 타이젠 연합에서 줄줄이 이탈했다. 결국, 타이젠 OS는 모바일에서 IoT 로 방향을 선회했다. 참고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모바일 OS 를 출시했으나 모두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디앱 뿐 아니라 핀테크도 삼성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삼성은 삼성페이를 활용해 암호화폐에 기반한 해외 송금, 환전 등의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외 송금 및 환전은 암호화폐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여지가 많은 분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삼성이 보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바로 비트코인을 활용한 암호화폐 금융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이 비트코인을 활용해 암호화폐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주장은 국내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망상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전 세계17억명 인구가 은행 인프라를 이용하지 못하고 이 중 2/3이 모바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국가는 주로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인데 이 곳은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이 신용카드 사용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모바일 페이로 넘어갔던 것처럼, 이 지역에서도 은행 인프라의 보급을 건너 뛰고 바로 암호화폐에 기반한 금융 서비스 대중화가 실현될 잠재력이 있다.

삼성의 암호화폐 금융 플랫폼 사업은1) 사용자 락인 (lock-in); 2) 삼성 그룹 내 금융 계열사 활용한 추가 수익 창출; 3) 제품 차별화를 가능케 할 수 있다. 만약 모든 삼성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탑재하고 비트코인을 예치한 사용자에게 예금 금리를 지급하며 각종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상상해보자.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곳에 사는 사용자들은 삼성 스마트폰에 비트코인을 예치하려 들 것이고 모바일을 곧 은행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또한, 2년 내 삼성 스마트폰을 재구매한 사용에게 더 높은 예금 금리를 지불한다고 하면 당연히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는 올라갈 것이다.

만약 전 세계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예치한 비트코인이 충분한 규모가 되면 삼성은 금융 계열사를 활용해 이를 대출해주거나 운용, 트레이딩 하면서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19년 1월 기준, 비트코인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BlockFi 는 2018년 6월 대비 매출 및 고객이 10배 늘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비트코인 대출 관련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삼성은 막대한 자본과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BlockFi와 같은 스타트업 대비 훨씬 수준 높은 서비스와 경쟁적인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10은 암호화폐 보안키를 관리할 수 있는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했으며, 이를 활용한 ‘삼성 블록체인 월렛’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신제품 교체주기가 길어지고 혁신적인 차별화 요소가 줄어들면서 성장이 둔화된 상황이라 제품 차별화가 절실하다. 삼성이 처한 위기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보유한 애플이 버티고 있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내놓는 화웨이, 샤오미 같은 중화권 경쟁사들이 치고 올라온다는 것이다. 특히 중화권 경쟁사들의 매서운 공세 때문에 개도국에서 삼성의 입지는 추락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출하량 기준 작년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미만으로 떨어졌고 2017년 4분기 이후 삼성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참고로 2018년 삼성 IM (모바일 부서) 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는데 이는 2013년 갤럭시S 전성기 대비 41% 에 불과한 수준이다.

삼성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하드웨어에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프리미엄 모델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도입하고 중저가 모델에는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드웨어 차별화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는 부품 비용을 증가시켜 스마트폰 제조사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중화권 경쟁사가 금방 카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삼성 모바일이 궁극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차별화, 그 중에서도 크립토 핀테크 기능 강화이다. 하드웨어 차별화에 한계를 느낀 애플도 콘텐츠 플랫폼으로 방향을 선회함과 동시에 골드만 삭스와 협업하며 크립토 핀테크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앞으로 모바일 전쟁의 승자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고, 암호화폐 금융 서비스 역시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다.

물론 삼성의 암호화폐 금융 플랫폼 시나리오는 아직 이론에 불과하다. 게다가 각국의 제도적 장벽 및 각종 시행착오로 인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삼성은 암호화폐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미 미국의 경쟁사들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와 애플은 월가의 금융기관들과 손잡고 암호화폐 금융 플랫폼 사업 기회에 대해서 모색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애플은 각각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 및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크립토 핀테크 연합을 구축한 상황이다.

현재로서 삼성은 미국 중심의 크립토 핀테크 연합에 소외된 양상이다. 경쟁사가 삼성 대비 가진 우위는 월가의 금융 기관 네트워크를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삼성이 경쟁사 대비 가진 우위는 애플보다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개도국 내에서의 점유율이 높고, 커피를 파는 스타벅스 대비 직접 스마트폰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또한,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삼성의 뚜렷한 장점이다. 적절한 파트너들을 모아 글로벌 연합을 구축한다면 삼성은 글로벌 암호화폐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 경쟁사들을 압도할 잠재력이 있다.

혁신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는 더 나은 금융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이전의 핀테크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의 모바일이다. 미래에는 모바일이 곧 은행이 될 것이고 그 중심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 나의 견해이다. 과연 삼성 모바일은 앞으로 얼마나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부디 10년 뒤 출시될 갤럭시 S20가 소프트웨어 혁신이 쏙 빠진, 카메라가 주렁주렁 달린 폴더블 태블릿이 아니기를 바란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센터장메일 보내기

체인파트너스 리서치 센터장. 2013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해 BNP Pariba에서 ICT 섹터 주식 분석을 담당했다. '가치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블록체인이 미래금융을 혁신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