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人터뷰] “원화 스테이블코인 가능성 봤다…사업해도 되는지 불안”

강지호 비엑스비 대표…전세계가 스테이블코인 주목하는데, 한국은 사업 시작도 ‘조심’
정부에 사업 가능 여부 문의해도 명확한 답 없어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할 시기, 정부가 사업자 ‘불안감’ 없애줘야

“4억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암호화폐)인 ‘KRWb’를 발행해서 1KRWb를 원화 1원의 가치로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향후 발행량 확대와 활용처 발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판매하고, 이를 결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도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고, 정부에 사업 가능 여부 확인을 요청해도 판단이 유보되고 있는 상황이라 본격적인 사업 확장이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블록체인, 암호화폐 업계 화두로 부상할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든 우리나라의 한 젊은 창업가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스테이블코인이 가격 변동이 심해 실생활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단점을 해결해서 블록체인 산업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없어 불안감 속에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기도 어렵다. 올 초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문을 두드리면서 사업 안전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에 접수된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업에 대해 3개월이 넘도록 허가 혹은 불가 결정 조차 내리지 않고 있다.

불안감을 토로한 젊은 창업가는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정상적으로 제도와 규정을 지켜가며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은 위축되고, 오히려 제도나 규정은 모르겠고 일단 돈부터 벌고 빠지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정상적인 기업들에게 제도와 규정을 마련해주고 키워줘야 혼란을 틈타 돈만 벌려는 사람들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갑자기 불법이라고 하면 어쩌지?’… 사업 확장에 ‘조심’

이 젊은 창업가는 세계 최초로 원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KRWb’를 발행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비엑스비의 강지호 공동대표다. 강 대표는 11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만나 정부의 모호한 태도로 인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에 여러차례 사업 진행 가능 여부에 대해 문의했지만 명학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지호 비엑스비 공동대표가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 대표는 “KRWb 모델을 설계할때도 1KRWb는 1원의 가치를 가지지만, 1KRWb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1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하지 않았다”며 “1KRWb를 보유한 사람에게 1원 지급을 보장한다고 하면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다소 복잡한 구조로 1KRWb가 1원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복잡하게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설계한 이유는 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등을 통해 법률검토를 진행했지만, 나중에 규제당국이 불법이라고 지목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그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암호화폐 펀드 사업을 하려고 했던 지닉스가 정부의 불법소지가 있다는 발표에 폐업하게 된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최소한 우리 암호화폐를 구매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은행에 4억원을 예금하고 KRWb를 발행했다”며 “코인은 해킹당하더라도 예금은 해킹 당하지 않고, KRWb를 보유했다고 해서 원화 교환을 보장해준 것도 아니니까 적어도 이용자들이 피해를 보지는 않도록 해야 했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래소-암호화폐 판매 등에 활용 가능

4억원 어치의 KRWb를 발행한 비엑스비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브릭과 업사이드 등에 KRWb를 상장했다. 상장 이후에도 1KRWb가 1원의 가치로 유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비엑스비는 발행량을 늘리고 KRWb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활용처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는 “처음에 4억원으로 적게 발행하 것도 규제가 우려됐기 때문”이라며 “아직까지 규제당국에서 연락온 것이 없기 때문에 이제는 발행량을 더 늘리고 활용처를 확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엑스비는 KRWb가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 판매 등에 우선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화 입금이 안되는 거래소의 경우 원화와 1대1 가치를 가진 KRWb를 활용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초기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암호화폐를 판매할때 KRWb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대부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암호화폐를 판매하는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가격이 갑자기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KRWb가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강지호 비엑스비 공동대표

■”장기적으로 은행 업무 대체할 것”

강 대표는 장기적으로 KRWb로 은행이 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지금은 모든 돈의 이동이 은행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는데, 은행 시스템은 70~80년대에 만들어진 옛날 시스템”이라며 “우리 같은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들이 더 많이 나와서 다방면으로 시도하고 연구해서 더 효율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돈을 송금하거나, 결제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지호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본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웹사이트 제작 및 웹호스팅 업체 창업을 통해 사업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으며 15년간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3차례 창업을 경험한 연쇄 창업자다.

지난해까지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O2O 스타트업 숨고의 공동창업자로 일하며 본엔젤스, 와이콤비네이터, 아이디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강 대표는 “지난 2017년 즈음 주변의 유능한 개발자들과 투자사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으로 유입되는 것을 보면서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시점과 비슷한 움직임이 느껴졌다”며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기업인 비엑스비를 지난해 5월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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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나 동영상, 웹툰 같은 인터넷 기반 콘텐츠 산업과 콘텐츠 이용자를 모은 플랫폼 산업, 그리고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한 기반 기술인 통신산업을 취재했다. 제2의 인터넷이라고 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다양한 산업을 혁신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특히 콘텐츠와 플랫폼 분야가 가장 먼저 혁신될 것이라고 믿는다. 기자는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작은 목소리도 귀 기울여서 듣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