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걸음] 암호화폐 쓰면 뭐가 좋아요?

이구순 느린걸음

“이 기사 왜 쓰는거니?” 종종 기자들에게 질문한다. 기자는 당혹스러워 한다. 뭐라 답할지 모르겠고, 왜 묻는지도 모르겠단다.

기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담당 부장에게 기사계획을 보고한다. 보고 내용을 보면 대충 감이 온다. 누구를 취재했고, 어떤 기사가 나올지. 가끔 하루 정도 게으름 피운 것도 빤히 보인다. 그건 봐줄 수 있다.

내가 왜 쓰느냐고 묻는 기사는 보고에 ‘독자’가 빠진 경우다. 기자가 알고 있는 것을,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늘어놓겠다고 보고할 때다. 기자가 아는 것이 기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왜 기사를 왜 읽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기사 안에 담아줘야 비로소 읽을만한 기사다. 자신이 알고 있고, 말하고 싶은 것 정도라면 일기장에 쓰는게 맞다.

지난 8일 오후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 환호성이 터졌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에 탑재할 블록체인 서비스를 확정하면서다. 초기 파트너들이 선정됐고,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늘려가겠다는 설명도 붙였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하면서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서비스 경쟁 불을 붙였다. 갤럭시 S10은 그동안 투자수단으로만 알려져 있던 암호화폐를 서비스 수단으로 바꿔 일상에서 쓸 수 있도록 한 첫 스마트폰이다. 그 갤럭시 S10이 일단 국내에서 파트너들을 선정해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으니 블록체인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들은 환호성을 지를 만도 하다.

카카오의 클레이튼도 블록체인 서비스 생태계를 갖춰가면서 세를 키우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도, 테라도 각자 영역에서 서비스를 쌓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서비스로 승부하겠다고 나서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눈에 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 회사들도 곧 블록체인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준비중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가지 물어봐야겠다. “그 서비스 왜 만드는 거예요? 암호화폐 쓰면 뭐가 좋아요?”

여러 기업들이 첨단기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주는 신박한 서비스라고 자랑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열심히 설명하는 담당자 앞에서 차마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 묻게 된다. “그 서비스 쓰면 뭐가 좋아요?”

페이스북이 내년 암호화폐 리브라를 출시하면 블록체인 서비스 경쟁의 무대는 글로벌이 된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24억명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짚어내고, 왜 그 서비스를 써야 하는지 말로 설명하지 않고도 설득할 수 있는 재주를 인정받은 회사다. 리브라가 버거운 경쟁상대인 이유다. 버거운 상대를 맞아 우리 기업들이 선전했으면 한다.

그래서 서비스를 내놓기 전 한가지만 기업들이 해줬으면 하는게 있다. 우선 스스로 “이 서비스 쓰면 뭐가 좋지?” 물었으면 한다. 다음 가족에게 서비스를 보여주고 “이거 계속 쓰고 싶어?” 검증 받았으면 한다.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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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IT만 취재한 기자였고, 현재 블록포스트 취재파트를 이끌고 있다. 신상, 신기술, 신산업에 호기심이 많아 늘 새것을 찾아다닌다. 당연히 블록체인에 강한 호기심과 애정을 키우고 있다. 상대방의 얘기를 신중히 듣고 현실적 언어로 말하는 것이 언론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