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걸음] 공부 안하는 정부가 걱정이다

이구순 느린걸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블록체인 전문기업 팩트블록과 함께 아시아 최대규모 블록체인 컨퍼런스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19)’를 9월 27일 개최한다. 컨퍼런스의 강연자 섭외를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는 과정에서 새삼 여러가지에 놀라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와 국제기구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정책 연구를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는 점에 놀란다. 막연히 알던 것보다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중이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통신네트쿼크 및 기술사무국에서 블록체인 정책연구를 직접 담당한다. 사무국은 유럽의 주요 대학과 기업, 재단들과 함께 EU블록체인포럼을 구성해 매월 워크숍을 열고,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EU블록체인포럼은 “EU 내에서 블록체인 혁신과 블록체인 생태계 개발을 가속화해 혁신적인 신기술의 글로벌 리더로서 유럽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자체 블록체인 정책센터(OECD Blockchain Policy Centre)를 구축해 정책연구를 진행중이다. 금융 및 자본시장, 공급망, 지속가능 경영, 인프라, 공공행정, 농업, 보건, 세금 및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산업 전반에 대한 블록체인 연구를 담당하며, 각 국가별 블록체인 정책입안자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게 목표다.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이미 규제가이드라인을 정해 실제로 적용중이다. 스위스는 ‘블록체인에 관한 리걸 프레임워크(Legal Framework)’를 공개한 뒤 개정까지 했고 일본은 금융상품거래법을 개정했다. 몰타 역시 가상금융자산법을 개정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정책을 마련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이들 외국의 정책 책임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책연구 성과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이메일을 보내 “우리의 컨퍼런스에서 당신들의 정책연구 진행을 강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적극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답을 보내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놀라는 또 하나는 정책연구 없는 우리 정부의 모습과 모든 부처가 “우리는 블록체인의 담당이 아니다”고 손사래 치는 소극적 자세다. 처음 당해보는 일도 아니지만 외국의 정책당국자들과 비교하니 더 또렷이 보여 새삼 놀란다. 한때 “정부의 공식회의나 자료에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코인은 금기어”라는 헛소문처럼 들리는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다.

삼성전자, 페이스북에 이어 월마트,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기업들의 블록체인 시장 진입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한국 소비자, 한국 시장이라고 비껴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이들 기업의 기술과 서비스가 한국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국시장에서 어떻게 관리할지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정부의 의무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지 않는가. 정부가 공부하지 않고 손놓고 있으면 한국 소비자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블록체인·암호화폐는 우리 정부가 금기어로 돌려놓고 모른체 하는 것으로는 더이상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됐다. 우리 정부가 블록체인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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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IT만 취재한 기자였고, 현재 블록포스트 취재파트를 이끌고 있다. 신상, 신기술, 신산업에 호기심이 많아 늘 새것을 찾아다닌다. 당연히 블록체인에 강한 호기심과 애정을 키우고 있다. 상대방의 얘기를 신중히 듣고 현실적 언어로 말하는 것이 언론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