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특금법 통과 환영…시행령은 글쎄?”

21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특금법 개정안 의결
국내 암호화폐 사업자, ‘실명계좌 획득-ISMS 인증’ 의무화
“국회·금융위의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요건 ‘시행령’ 관건”

국회 정무위원회가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를 의무화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입법 본궤도에 오르면서 암호화폐 업계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진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 전반에 번지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 산업-투자자 보호 기반 “환영”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와 한국블록체인협회 등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특금법 개정안을 의결한데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 3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거래소에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해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세탁방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간 암호화폐 산업을 규정하는 법이 없어 사실상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무법지대’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거래소 사업자에 대한 신고의무를 담은 법률 개정안이 소위 첫 관문을 통과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암호화폐 산업이 법제화되면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이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이나 증권 PB(프라이빗 뱅크)센터나 투자자산운용사 등 전통 금융회사들이 거래소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는 계기”라 설명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는 공통적으로 “이번 특금법 개정안 의결은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라며 “기존에 관련 제도와 정책이 전무했던 암호화폐 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국장 역시 “이번 특금법 개정안은 규제법이긴 하나 이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진입규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사기나 다단계 같은 불법적 행위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동안 자체적으로 보안이나 운영 시스템을 잘 갖추고 버텨온 건전한 거래소들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될 것이며, 동시에 암호화폐 업계도 다함께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조건 주목…시장 판도 뒤바뀔 수도”

하지만 법제화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은 거래소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가 규제당국에 신고하기 위해선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과 ISMS 인증이 반드시 필요한데 영세 거래소의 경우 이를 모두 충족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해당 조항들은 지난 6월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내놓은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에도 포함되지 않아, 일각에선 ‘독소조항’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국회와 금융위원회가 함께 마련하기로 한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요건을 담을 시행령안에 주목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자가 은행에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싱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국회의원, 협회, 교수 등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 팀을 내부에 구성해 시행령 세부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희 디라이트 변호사는 “개정안 자체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하고, 진흥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토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세부조항 역시 소극적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시행령에서 정하는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요건이 느슨할 경우, 전통 기업들의 암호화폐 시장 러시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거래소 관계자는 “이전에는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막는 허들이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시행령에 따라 문호가 어디까지 열리느냐에 따라 네이버나 카카오 등 블록체인 산업을 다루는 주요 기업과 전통 금융권에서도 거래소 산업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와 동시에 낮은 거래량을 견디지 못한 영세 거래소들의 국내 엑소더스도 예상되는 상황”이라 말했다.

이밖에 향후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진흥법 또한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의 진흥법도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소라 기자메일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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