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IBM 블록체인 해외송금 네트워크 참여안했다”

한국IBM이 3월에 발표한 ‘부산銀, IBM 월드와이어 가입’ 정면 반박
“규제 불확실성이 낳은 촌극…결국 해외송금 서비스 이용자만 손해”

부산은행이 IBM의 글로벌 블록체인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에 참여했다는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IBM은 지난 3월 중순 국내 최초로 부산은행이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에 가입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측은 ‘검토 의사’만 밝혔을 뿐 공식적으로 월드와이어에 합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양사가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 관련 의향서(Letter of Intent·LOI)에 서명한 일은 있지만, 이후 양해각서(MOU)나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게 부산은행의 주장이다.

■부산銀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에 가입한 적 없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는 전 세계 47개 법정통화를 지원하며, 외환거래와 국가 간 결제 및 송금 가능지역을 72개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 선진국 기반 핀테크 업계가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시장 선점 전략의 일환으로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를 지속적으로 확장한다는 게 한국IBM 측 설명이다.

한국IBM은 국내 시중은행 두 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IBM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부산은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산은행 디지털금융부 관계자는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 네트워크 가입을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LOI를 체결했을 뿐, IBM과 관련 협약을 맺어 서명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현재 IBM 월드와이어 운영 방안 등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태고, 각국 규제 체계 등 프로세스도 정립돼야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IBM 측은 “IBM이 블록체인 월드와이어와 관련해 공식 발표한 47개 법정통화와 72개국에는 원화와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한국IBM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IBM 월드와이어 네트워크는 스텔라루멘(XLM)과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통화)을 이용해 국가 간 결제 및 송금을 지원한다. 현재 부산은행을 비롯해 브라데스코은행, 리잘상업은행 등 6개 국제은행이 월드와이어 상에 각자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향서(LOI)에 서명했고, 현재 규제 당국의 승인과 검토를 남겨둔 상황이란 게 한국IBM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월드와이어에는 원화와 유로, 인도네시아 루피, 필리핀 페소, 브라질 헤알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추가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자회사인 코인원트랜스퍼의 해외송금 서비스 ‘크로스’가 중국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은행·우리은행도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지연

금융권이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 도입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 핀테크 업체 스트리미와 비트코인을 활용한 한국-중국 간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하려다 보류한 상태이며, 이후 스트리미는 초기 사업모델인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대신 암호화페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분야 글로벌 대표주자인 리플과 제휴를 맺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관련 서비스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금융 서비스 자회사인 코인원트랜스퍼가 리플의 엑스커런트를 기반으로 해외송금 ‘크로스’를 운영 중이지만, 리플 암호화폐(XRP)를 이용하지 않는다. 현재 리플의 솔루션은 ‘엑스커런트’와 ‘엑스래피드’로 나뉜다. 이 두 솔루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리플(XRP)의 사용여부다. 엑스커런트와 달리 엑스래피드는 외화환전(법정화폐) 대신 리플(암호화폐)을 정산매개체로 활용해 해외송금을 한다. 코인원 관계자는 “리플이 암호화폐 사용유무에 따라 두 개의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선 규제 상황에 맞춰 엑스커런트를 접목했다”며 “관련 법‧규제가 보완되면 암호화폐로 정산하는 엑스래피드도 함께 운영하도록 모든 인프라를 갖춰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로부터 해외송금업 라이선스를 받은 핀테크 업체 모인(MOIN) 역시 IBM이 도입한 스텔라를 기반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에 주력하며, 지난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지만 심의 대상에서 빠진 상태다. 4월 1일부터 시행된 ‘금융 규제 샌드박스’와 통합된 기준의 심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정부와 업계 일각에서는 모인도 시중은행이나 코인원과 같이 암호화폐로 정산하지 않는 리플 엑스커런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모인은 리플 엑스커런트도 갖춘 상태지만, 스텔라 네트워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텔라는 사전에 검증된 앵커(anchor·각국 해외송금사업자 혹은 은행 등)들이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구성하고 있어 해킹에 따른 이중지불을 포함해 기술 장애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텔라는 모인을 비롯해 각국 법정화폐를 지원하는 앵커들이 참여하고 있어, 해외송금을 진행할 때 최적의 환율을 자동으로 환산·적용할 수 있다는 게 모인 측 설명이다.

한편 부산은행과 IBM간 공방에 대해 블록체인 및 금융업계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낳은 촌극’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산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빠르고 안전하게 저렴한 수수료’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기존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 대신 ‘리플’과 ‘스텔라’ 등 해외송금에 특화된 블록체인 연동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제도 미비와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규제’ 때문에 당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시중은행으로서는 당장 블록체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것 아니겠느냐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미희 기자메일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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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에서 금융부와 정치부 등을 거친 뒤, 2015년 3월 부터 ICT 생태계를 취재했다. 이듬해 이세돌 9단과 구글 AI '알파고'의 대결 과정을 취재하면서 '휴먼테크'에 꽂혔다. 즉 휴머니즘을 갖춘 첨단 기술이 '보다 나은 인류의 삶'을 완성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 블록체인 역시 휴먼테크의 중심축이라 여기는 저널리스트다.